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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의 영화들



로스쿨의 영화들 / 김성돈 / 효형출판사

법적 감수성과 역사의식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레인메이커>-

기존 세계와 타협하여 부유한 고객의 소송만을 맡거나 거대기업의 의윤을 챙겨주는 레인메이커가 아니라, 가뭄에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단비와 같이 이땅의 힘없고 가난한 민초들의 작은 권리와 이익을 찾아주는 레인메이커가 우후죽순 생겨나기를 소망한다. 그러한 사람들의 우리 사회의 모순과 불합리를 통째로 뒤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레인메이커의 덕목 제1호는 명석한 두뇌와 날카로운 논리력이 아니다.
명민한 초일류 법률가는 결코 새로운 사고를 만들 수 없다. 결코 실패를 용납하지 않고 기성 관념의 올가미를 벗어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왕과 늑대를 분명하게 구분하여 늑대에게는 예리하고도 긴 칼을 높이 쳐들지만 왕에게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왕과 늑대를 구분하지 못하는 우둔한 자들은 때때로 왕을 늑대로 알고서 자유를 압제하는 제도라는 왕에게 칼을 꽂을 수 있는 법률가를 대망한다. 이런 법률가는 타인의 아픔에 감정이입 할 수 있는 법적 감수성과 정의는 언제나 승리한다는 역사의 교훈을 마음에 새긴 역사의식으로 무장하고 있어야 한다. 또 사실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을 품고서 타성으로 불문에 붙여진 기성 전제에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철학적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열린 사회와 그의 적들  -홍기선 감독 <선택>-

유령법일지도 모르는 국방경비법의 실체를 알 수 있는 자료는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는 모호한 논리로 유령법의 존재를 믿으면서 그 법의 효력을 인정하였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의 검찰과 사법부가 행한 과거의 많은 처분과 재판의 정당성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국가가 과거 재판에 책임을 지는 사태가 생길 수 있을 뿐 아니라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질 게 명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엄청난 일을 회피할 때 사용하는 멋진 포장술이 바로 법적 안성성이라는 논리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 우리의 검찰, 대법원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종래의 처분과 판례 및 결정이 잘못되었음을 자인하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국가보안법이 존치되기를 희망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국가보안법에는 법적 안정성이라는 논리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국가보안법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보안법 존폐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에서 국가보안법의 존치 이득이 무엇이며 그 이득의 귀속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의문이 끊임없이 고개를 든다. 국가보안법을 존치시킴으로써 이득을 얻는 이들은 열린 사회의 적대자들이다. 이러한 열린 사회의 적들에게 남을 소산물은 우리 사회를 닫힌 사회로 만들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고장 난 자물쇠, 그리고 그 속에 갇혀 있는 우리의 발목을 채우는 녹슨 차꼬가 고작일 것이다.

사형제도와 상대적 종신형 -알란 파커 감독 <데이비드 게일>-

"사형제도는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사형제도를 성문화한 최초의 법은 기원전 18세기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으로, 25개의 범죄를 사형으로 처벌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조선 시대 8조 법금에 살인한 자는 즉시 사형에 처한다고 명시되어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형법 제41조에서 형벌의 종류에 법정 최고형으로 사형을 포함시키고 있다. 법정형으로 사형을 규정한 범죄는 내란, 외환유치, 살인죄 등 16종이다. 그리고 특별형법인 국가보안법은 45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378개, 군형법은 70개 항목이 존재한다. 그러나 심신장애인과 임부의 경우 회복 또는 출산 후에 집행하고 18세 미만인 사람에게는 사형을 선고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1962년 이후 현재까지 사형이 집행된 인원은 총489명이다. 매년 12명이 사형 집행을 받은 셈이다. 그리고 1997년 12월 30일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단 한 건의 사형 집행도 이루어 지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국제사면위원회에 의해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사형폐지론은 2004년 과거 사형선고를 받은 적이 있었던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사형을 전면 폐지하고 가석방이 불가능한 절대적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제안한 이래 탄력을 받았다. 하지만 절대적 종신형도 인간의 존엄성과 인격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사형을 폐지한다면 엄격한 요건 아래 가석방이 가능한 상대적 종신형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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