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rchive

디케의 눈

디케의 눈 / 궁리 / 금태섭



<정의는 무엇인가>라는 책이 한참 유행이었다.
정의에 대한 관심의 수요가 분명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찬 소식이 아닐 수 없었으나, 
반면 정의를 혼자서 책으로 접해야 한다는, 그리고 책의 판매량과는 무색한 현실이 씁쓸했다.

그런데 과연 실체적 정의란 무엇일까? 
세상사람 각자가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 정의를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를 마음에 담아두고 한 생명을 살려나간다면, 
법조인은 디케를 마음에 담아두고 정의(正義)를 정의(義)한다. 

디케는 두 눈을 가리고 있다.
많은 법조인들이 자신의 눈을 한번쯤 질끈 감고 법정에 들어서기를 바라본다.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든 법의 여신 디케(Dike)는 두건으로 두 눈을 가리고 있다. 
디케가 들고 있는 저울과 칼은 오랫동안 법의 상징으로 자리잡아 왔다. 하지만 두건으로 가려진 눈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저 부당한 압력이나 이해관계에 눈 돌리지 않고 공정하게 법을 집행한다는 의미라고 얘기될 따름이다. 
그러나 디케가 눈을 가린 이유가 그렇게 단순한 것일까. 

-중략-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 혹은 간접적으로 전해들은 제삼자들은 각자 나름대로 진실을 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실을 찾는 것은 맨손으로 물을 움켜쥐려는 것처럼 어렵고 때로는 불가능하기까지 하다. 디케가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은 진실을 찾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고 하더라도 때로는 틀릴 수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법은 깨지기 쉬운 유리처럼 위험하고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할 어떤 것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중략-

디케는 과연 무슨 이유로 눈을 가리고 있을까. 그리고 두건 뒤에 숨어 있는 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피사현정의 사명감에 불타는 날카롭고 광채를 띤 눈일까. 각자에게 정당한 몫을 나누어주기 위해서 저울 눈금을 주시하는 냉정하고 빈틈없는 혹은 약자를 위해서 눈물을 흘리는, 연민이 가득한 눈일까. 그보다는 오히려 찾기 어려운 진실 앞에서 끝없이 같은 질문을 되묻고시 생각해보는 고뇌에 찬 눈이 아닐까. 

-지은이의 말 중



1장 디케의 눈
라쇼몽
어느 소년의 죽음
국선변호의 추억
유전자 감식과 오판
세일럼의 마녀 재판

2장 정의(正義)의 정의(義)
LA폭동과 두순자 사건
패리스 힐튼의 교통사고
연쇄성폭행법과 미란다 경고
경찰차 뒷좌석에서 생길 일
곤장의 효과
커피를 쏟고 24억을 번 할머니

3장 리걸 마인드 - 법으로 세상 읽기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과 보신탕
사이버 포르노의 시대
"당선되면 무보수로 일하겠습니다"
대법원의 구조
원숭이 재판 - 진화론과 창조론을 둘러싼 법적인 논쟁(1)
원숭이 재판 - 진화론과 창조론을 둘러싼 법적인 논쟁(2)
흠흠신서와 법죄형 인간

에필로그

'Archive' 카테고리의 다른 글

[PEOPLE] Robert Mckee  (0) 2011.03.05
이야기가 富를 만든다  (0) 2011.03.05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  (0) 2010.10.23
Letters to a young Lawyer  (0) 2010.10.23
불합격을 피하는 법  (0) 2010.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