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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88만원 세대 / 유시민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이미 빨간 점멸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다.
이 고속도로 입구가 한적했던 때가 있었다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항상 붐비고 있기에 한적해지는 적당한 때를 기다렸지만 좀처럼 뚫리는 일이 없다.
이 고속도로를 달려서 종착지에 다다르면 무엇이 있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단지 다들 달리고 있기에 따라나설 뿐이다. 

수많은 톨게이트들을 지나야 한다.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도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서로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면서 앞차에 끌려서 따라오는 뒷차에 밀려서
그렇게 관성의 힘을 빌어 조금씩 앞으로 나가고 있다.

목적지를 놓친채 계속 앞으로 가다가 U턴해 돌아오는 사람도 간간히 눈에 띄인다.
고속도로에 진입한 사람은 그나마 괜찮은 상황이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은 고속도로에 진입하지 못하고 국도를 배회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고가 나거나 또는 기름이 떨어졌거나,
때로는 졸음으로 이 무한경쟁의 레이스를 포기한다.

운좋게 무사히 목적지에 도달한 사람들에게는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기름이 남아있지 않거나, 과열된 엔진을 식히느라 움직일 힘이 남아있지 않다.

-Wan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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